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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1의 들러리
    • 김선희 (지은이)
    • 소원나무
    • 2021-03-24

    “어차피 잘될 놈은 정해져 있어. 나머지는 들러리일 뿐.”《1의 들러리》는 청소년의 가려진 문제를 조명하는 ‘소원라이트나우’ 시리즈의 세 번째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살림YA문학상과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김선희 작가의 신간으로, 5년이란 시간 동안 무수한 퇴고를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금수저와 흙수저, 귀족과 노예, 갑을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는 계급론 속에서 아이들은 신분을 상승시킬 사다리를 찾기보다 계급이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차별에 반대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단 한 명의 주인공인 ‘박잉걸’을 견고하게 둘러싼 계급 문화에 묵직한 직구를 던진다.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주체’로서 살기 위해 필요한 가치란 무엇일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우리는 모두 1의 들러리였다.”들러리가 아닌 나로 살아가기 위해 벌이는 들러리들의 반란!대기업 상무와 유명 화가를 부모로 둔 잉걸은 H고에 다니는 학생 중 계급 피라미드 최상위에서 포식하며 온갖 수혜를 누리고 부정을 저지른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둔 동욱은 잉걸의 봉사활동을 대신하는 대가로 돈을 받으며 그것이 나름대로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의 들러리로만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후에 동욱은 오롯이 나로서 살기 위해 스스로를 고발하는 피켓을 들고 교문 앞에 선다. 《1의 들러리》는 단 한 명의 1, 즉 잉걸을 위해 모두가 들러리를 서야 하는 상황을 폭로한다. 이를 통해 평등을 중요한 원칙으로 꼽는 학교에도 암암리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집안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은 갑 혹은 귀족, 가난하거나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을 혹은 노예.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계급을 옹호하거나 외면한다.동욱의 폭로로 인해 영원히 견고할 것만 같던 계급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잉걸이 그동안 누리던 혜택에 의문을 제기한다. 잉걸과 학교라는 거대한 계급에 맞서 싸우며 아이들은 계급이 곧 정체성이 되어 버리는 학교에서 벗어나 점점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는다. 공평과 공정을 향한 투쟁을 통해 비로소 삶의 주인공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회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 계급이 아닌 ‘정의’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설공찬전〉에서 〈유령〉으로 이어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잉걸, 동욱과 같은 반에 다니는 기수는 《조선 시대의 금서》라는 책에서 조선 시대의 채수가 쓴 〈설공찬전〉을 발견한다. 뒷이야기가 끊어진 〈설공찬전〉은 중종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과 반정에 공을 세운 신하들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금서’로 지정된 작품이었다. 〈설공찬전〉을 읽을 때마다 기수는 이야기를 이어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고, 소설을 통해 잘못된 시대를 풍자하는 일에 매료되었다. 박잉걸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동욱의 모습을 지켜보던 기수는 잉걸의 개로 지냈던 자신의 친구 호민을 떠올리고, 마침내 박잉걸이 그동안 저지른 만행을 〈유령〉이라는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다.〈설공찬전〉과 〈유령〉은 전혀 다른 두 개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잘못된 상황을 비판했다는 점과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공통점 때문에 하나의 작품처럼 읽힌다. “인간의 삶이란 건 유한할지 몰라도 그 속에 흐르는 정의감이나 저항 의식은 문학을 통해 몇백 년이 지나서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거지(《1의 들러리》 본문 58페이지).”라는 임꺽정의 대사처럼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는 저항 정신이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는 사실을 〈설공찬전〉과 〈유령〉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 《1의 들러리》는 문학이 지치지 않는 저항 의식을 보여 주며,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한 발짝 더 나아가 《1의 들러리》 역시 〈유령〉처럼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계급을 무너뜨리는 데 필요한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펼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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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280일 :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 전혜진 지음
    • 구픽
    • 2019-12-02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이 시대에, 이 세상에 아이를 낳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임신 후 나의 몸, 가족, 회사, 사회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네 친구의 고난과 극복의 과정을 그린 여성 공감 소설 은주, 지원, 재희, 선경은 삼십 대 중후반에서 사십 대 초반 비슷한 또래의 절친한 사이다. 넷 중 가장 늦게 결혼식을 올린 은주의 예식장에서, 프리랜서 작가 재희는 임신을 할까 고민 중이고, 꿈에 그리던 강력계로 가기 직전인 형사 지원은 임신에 대해 생각이 없으며, 회사원 선경은 임신을 간절히 바란다. 모두 관점은 다르지만 임신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는 사실엔 생각이 같다. 몇 주 후 그렇게 원하던 승진을 한 후 예상치 않은 임신이 닥치자, 같은 경찰인 남편은 축하를 받는 반면 지원은 팀 일에서 배제를 받고 싸늘하게 식는다. 한편 아이를 원하는 남편의 소원으로 인공수정 시술을 시작한 재희는 난소 과자극 증후군으로 고통을 받는다.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 성공한 1인 기업가이기도 한 은주는 나이와 임신에 대한 마음으로 갈등을 겪는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두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었지만 아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선경은, 지나친 비용 부담으로 집까지 줄여야 하는 경제적 부담까지 감수해가며 여러 번 시험관을 시도한 끝에 마침내 ‘세’쌍둥이를 임신한다. 회사에서는 나가 달라는 눈치를 주지만 끊임없이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회사를 관둘 수 없는 선경. 그러나 너무나 큰 모멸감을 겪은 후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그 와중 은주도 생각지 못한 임신을 하고, 숱한 눈치에도 악착같이 지구대로 옮겨 근무하던 지원은 경찰복을 입은 채 출산을 맞는다.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는 젊은 시절을 함께했고, 지금도 돈독하게 지내는 네 명의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임신하며 건강과 커리어 등의 고난과 마주하고 수없는 고통 끝에 어느 정도의 자의와 어느 정도의 타의로 극복해내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낙태에 관한 이야기를 주요인물 네 명 외에도 그들의 동료, 가족, 이웃의 위치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상황에 담아 다양하게 들려주려 했다. 작가 전혜진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가 이슈가 되는 한국에서 임신한 여성들이 어떤 수난에 처해 있는지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의 입장에서 사실적으로 보여 주려 했다.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 내 주변인의 이야기인 듯 너무나 현실적이고 가슴 저릿할 때도 많지만 무조건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일 거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모든 주제를 여성들의 경쾌한 현실적 수다로 풀어가며 소설적 재미와 문제의식을 함께 전달하는 작가의 역량 또한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한 팩트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마치 르포르타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생생한 실감을 전달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임신 시기별 정보와 의학적 지식들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한 작가의 철저한 조사를 거쳤으며 현직 산부인과 의사의 감수 역시 마쳤다. 또한 과연 이것이 현실인가 싶은 임신과 출산에 관한 네 친구와 주변 인물들의 갖가지 에피소드 역시 작가의 경험과 실제 인터뷰를 통한 ‘팩트’들이다. 임신의 사실적 모습에는 무지한 채 생명의 신비와 모성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교육, 임신 후 일어나는 너무나 큰 신체적, 사회적 변화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는 실제 사전 독자의 리뷰 역시 이 작품의 필요성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이 이야기는 임신에 대한 소설인 동시에, 여자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말이야말로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의 주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적당한 문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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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9-12-02

    “난 지금, 혹시 살인자의 집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죽여 마땅한 사람들》 작가 피터 스완슨의‘아파트먼트 스릴러’“뼛속까지 시리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읽고 나면 당장 집 안의 모든 창문과 문을 한 번씩 체크하게 될 것이다.”아마존 독자 ByJon Lathamon관음증, 복수, 데이트폭력, 혐오범죄 그리고 살인…여성에게 가장 공포스러울 심리 스릴러!런던에 사는 ‘케이트 프리디’가 대학 시절 만난 첫사랑 남자친구 조지에게 이별을 고한 이유는 그의 집착이 점점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너 저놈한테 관심 있어? 네가 그놈을 쳐다보는 눈빛을 봤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조지는 케이트를 찾아와 그녀를 벽장에 가두고는 평생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고통스러운 기억을 선사하고 떠난다. 그 후로 케이트의 마음은 좁은 벽장 속에 갇혔다. 벽장 밖에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악마가 두려워서 밖으로 나가기를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처럼.그런 케이트에게 평생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미국인 육촌 ‘코빈 델’이 모험을 제안한다. 여섯 달 동안 서로 집을 바꿔서 지내보자는 것. 보스턴에 살던 코빈은 런던에서 6개월간 파견 근무를 하는 동안 집세를 아낄 수 있고, 케이트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살 수 있는 더없는 기회였다. 보스턴에 있는 코빈의 집은 케이트의 상상보다 훨씬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아파트였다. 그런데 도착한 첫날, 케이트는 자신이 살게 될 304호의 옆집인 303호 문을 두드리며 ‘오드리’를 찾는 여자를 본다. 그 순간 케이트는 만약에 살아 있다면 새로운 이웃이 되었을 여자, 오드리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첫사랑 조지의 데이트폭력 이후, 케이트는 늘 신경증과 불안 장애 증상에 시달려왔다. 택시, 지하철이나 비행기를 타면 공황 발작을 일으키기 일쑤다. 장을 보러 가서도 좁은 통로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 발길을 돌리고 만다. 아침에 한 잔 마신 스타벅스 커피가 불안을 증폭시킨다. 가끔은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다. 케이트는 그런 사람이다.늘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는 케이트지만 그 상상이 사실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에는 상상이 들어맞았다. 303호에 사는 오드리 마셜이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여자가 살해당했을 때, 용의자는 대부분 전 남자친구이거나, 지금 연인이거나, 이웃이거나, 혈육이다.친척인 코빈의 집은 넓고 살기 편한 곳이었지만, 케이트는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자꾸만 찾아오는 불안과 걱정이 자신의 불안 장애 탓이라 여겨도 보지만 서랍 속에서 303호 여자 이름의 머리글자, AM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열쇠를 발견한 순간 모든 걱정은 현실이 된다. 이제 케이트는 코빈과 오드리의 관계, 그리고 코빈이 급작스레 런던으로 떠난 이유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우연히 안뜰에서 만난 312호 남자는 자기가 몰래 303호 여자를 훔쳐보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또 케이트의 친척인 코빈이 303호 여자와 사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오드리가 물었을 때 코빈은 303호 여자와 얼굴만 아는 사이라고 했다. 케이트가 우연히 만난 303호 여자의 옛 남자친구는 아예 코빈이 오드리를 죽인 게 분명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케이트는 코빈의 집에서 자꾸만 수상쩍은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코빈은 자신이 ‘오드리 마셜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케이트는 자꾸만 드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이곳은 살인자의 집일까?3명의 남자가 오드리 마셜이 죽은 303호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중 한 명은 오드리 마셜을 훔쳐보며 짝사랑하던 관음증 스토커 이웃이고, 또 한 명은 오드리가 죽기 직전까지 연인이었고, 또 한 명은 옛 남자친구다. 304호에 사는 케이트에게 경비원이 3명 있고 안뜰에 분수가 있는 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ㄷ자 모양의 아파트는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집에 혼자 있을 때도 누가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그건 한 여성의 유별난 예민함이 아니라 모든 여성의 현실적인 공포다이번 작품의 특징은,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장치로 독자를 휘어잡기보다 여러 등장인물의 관점으로 그려지는 장면을 교차시키며 긴장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장면을 다른 인물의 관점으로 다시 보여주어 그들의 과거와 심리 상태를 조금씩 독자에게 내보이고, 독자가 그 등장인물(적어도 그중 하나)을 비로소 이해하게 만든다. 소설 초반에는 주로 신경증 증상과 불안 장애에 시달리는 인물인 주인공 케이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케이트는 아직 보스턴의 새 집이 낯설고 시차에도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그녀가 경험하는 주변의 사소한 변화(물건의 위치가 기억과 다르다거나, 그녀가 그린 그림이 바뀌는 등)는 이것이 케이트의 심리 상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독자가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케이트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어느덧 독자에게도 전염되어 읽는 사람도 그런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불안 장애 탓이라고만 여겼던 걱정은 곧 상상보다 끔찍한 현실이 된다.사실 이런 케이트의 두려움, 또 모든 여성이 갖고 있을 불안을 신경증이나 트라우마 탓이라고만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불법촬영(화장실 몰카),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때 ‘안전 이별’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 집착, 언어폭력, 가스라이팅 등 흔히 벌어지는 데이트폭력은 모든 여성의 현실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복도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혹시 우리 집 현관 앞에 멈추지 않을까를 두려워하고, 옷을 벗기 전에 커튼이 쳐져 있는지 확인하곤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모든 여성이 현실에서 겪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공포를 소재로 삼는다. 인간의 마음, 어두운 심연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이야기그리고 그런 심연을 경험한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성장 드라마공황 발작과 불안 장애에 시달리던 케이트는 떨쳐 일어나 자신이 직접 코빈의 집에서 증거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케이트는 스스로의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코빈의 집에 있는 책장을 뒤지며 단서를 찾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어색한 대화를 하며 독자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정보는 피터 스완슨의 소설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익숙할 로베르타 제임스 형사에게 전해진다. 장르소설의 문법에 따르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들쑤시는 여주인공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곤 한다. 그리고 케이트가 단서를 찾다가 코빈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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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6657,응급의학과입니다
    • 최영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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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4

    “아무도 믿지 마. 오직 자기가 직접 보고 묻고 만져 본 것만 믿어.그래야 환자에 대해서 책임감이 생긴다.”치열해서 더욱 위태로웠던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들의 청춘의사인 동시에 한국문학 연구자가 써서 더욱 사실적인 한국판 ‘ER’ 2016년, 상훈은 존경하던 민 교수의 추모집 진행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 첫날인 1998년 3월 2일의 기억을 떠올린다. 응급의학과 4년 차 강경준과 3년 차 허진우를 비롯해 할리데이비슨을 모는 마취과 1년 차 이명호, 절친인 외과 1년 차 임정수까지. 그들과 병원에서 촌각을 다투며 벌인 모든 일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모든 게 서툴기만 하던 때, 응급실 환자를 가장 처음 만나는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과거를 복기하는 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들이 과거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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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69
    • 무라카미 류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
    • 작가정신
    • 2020-09-11

    <b>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무라카미 류 자전적 성장소설<BR>“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BR><BR>이 책은 정말 즐거운 소설이다. <BR>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다.<BR>_무라카미 류</b><BR><BR>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무라카미 류의 장편소설. 급성장의 궤도를 달리던 전후 일본사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열일곱 살 청춘들의 축제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1969년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작가가 당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쓴 『69_sixty nine』은 일본에서만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각계각층 명사들의 추천 도서로 꾸준히 언급되는 등 무라카미 류의 대표작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BR>집필 당시 32세였던 작가는 이 자전소설을 쓰면서 1969년을 “인생에서 세 번째로 재미있었던 해”라고 말했다. 작품 제목인 ‘69’의 1969년은, 파리학생운동의 여파로 도쿄대학이 입시를 중지하고, 히피들은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고, 드골은 권좌에서 물러나고, 인간이 달에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 해였으며, 한편에선 베트남전쟁의 총성이 들려오던 격동의 시절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미군 기지가 주둔하던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반미를 외치면서도 그들의 문화와 스타에 열광하고, 반전을 외치면서도 예쁜 여학생에게 열광했던 솔직하고 대담한 고교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BR>류의 소설을 많이 접해본 독자라면 『69』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낯섦은 아마도 이 소설의 밝은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류는 후기에 이 책을 “정말 즐거운 소설이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 마치 싸움을 하듯 ‘축제’처럼 살아갈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떻게 사는 것이 즐거운 인생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BR>한편 『69_sixty nine』은 2004년 재일교포 3세로서 청춘들의 삶과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그려온 이상일이 감독을 맡고,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마사노부가 주연으로 열연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그리고 오는 2018년 11월 말, 극장 ‘아트나인’의 ‘일본영화기획전’을 통해 청춘영화의 명작 [69 식스티 나인]의 재개봉과 함께 이상일 감독이 내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라카미 류의 애독자와 영화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BR><BR><b>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와 히피문화가 세상을 휩쓸고<BR>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불순했던 69년,<BR>“축제처럼 살고 싶다”</b><BR><BR>표제 ‘69’는 자칫 포르노그래피적 상상을 불러일으킬 법하나,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히피문화가 꽃을 피우던 1969년을 가리킨다. 무라카미 류의 말을 빌리면 69년은 “코드를 세 개밖에 몰라도 록 연주자가 되었던” 시대고, “돈추노(don’t you know)를 외치기만 하면 누구라도 록 가수가 되었던” 시대다. 이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작가는 제도화된 사회와 교육에 답답해하던 당시 젊은 청춘들의 좌절과 방황, 또 이를 극복해내는 그들의 사랑과 우정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냈다. <BR>주인공 겐은 랭보의 시 한 수와 번드르르한 말주변으로 공부 잘하는 친구 아다마를 포섭하고, 예쁜 여학생에게 잘 보이려고 친구들을 선동해 학교 옥상에 반체제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를 내건다. 페스티벌을 한답시고 유치찬란한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레디 큐를 외치는가 하면, 록 스타를 흉내 내 ‘우주의 혼돈’을 상징한다며 닭 스무 마리를 풀어놓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또, 페스티벌 티켓 수입으로 친구들은 나 몰라라 한 채 여자친구와 단둘이서 스테이크 먹는 꿈만 꾼다. 겐은 정말이지 엉뚱하고 비겁한 데다가 영악하기까지 하다. 사람을 가볍게 속이고도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다. 하지만 류는 이 주인공을 아주 매력적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BR>겐이 주도한 학내 바리케이드와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라는 선동적인 슬로건은, 얼핏 이들을 좌익에 물든 학생들로 보이게 하나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앙띠오이디푸스』에서 말한 것처럼 즐겁게 살려는 그들의 ‘욕망’ 자체가 혁명이었을 뿐이다. 소설 전체를 가득 채우는 삶의 에너지는 바로 그들의 욕망에서 분출된 것이었다. <BR>스스로 인생을 계획하고 그로 인해 흥분하고 좌절하며, 한 여학생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엄청난 사건들을 꾸민 겐. 결국 무기정학까지 감수해야 했던 이 열혈 고교생의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까” 또는 “즐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름 아니다.<BR><BR><b>제2의 『호밀밭의 파수꾼』<BR>열일곱 살 아웃사이더들의 혁명 같은 학원쾌담<BR>“나는 네놈들에게 지지 않아.<BR>평생, 나의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려줄 테다.”</b><BR><BR>『69』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 고교 3년생인 ‘겐’이다.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열여섯 살 홀든 콜필드처럼 세상의 허위의식과 무신경함, 약육강식의 비정한 현실에 대해 매우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십 대다. 자신들을 매몰차게 내모는 학교와 사회, 기성세대의 권위에 독설과 야유를 서슴지 않는다. 착하지도 않고, 거짓말도 잘하지만 둘 다 풍부한 상상력을 가졌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리고 세상에 삐딱하게 맞서지만 나름대로 삶의 홍역을 앓고 난 뒤 희망을 찾아낸다. 홀든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순수한 아이들의 구원이 되려 했다면, 겐은 지겨운 인생을 축제처럼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은 바로 무라카미 류의 과거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 자전적 성장소설이 상상만으로 쓴 소설보다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BR>『69』의 청춘들은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멈추지 않는 웃음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후진 세상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입시에 얽매인 교육현실, 권위적인 학교, 기성세대의 강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겐과 아다마, 이와세의 일탈은 우리의 성장 안에도 담겨 있던 모습이다. 한 손엔 비틀스의 음반을, 다른 한 손엔 오에 겐자부로를 집어든 소년들이 펼치는 한바탕 폭풍 같은 학원쾌담은 기개에 찬 청춘의 엑스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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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지은이)
    • 민음사
    • 2020-12-02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조남주 작가는 2011년, 지적 장애가 있는 한 소년의 재능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귀를 귀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일한 방송 작가답게 서민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사실적이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신작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여권이 신장된 시대,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은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완성된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자료로 이루어진 ‘목소리 소설’이다. 맘충이, 여혐, 메갈리아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페미니즘 화두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저마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인 ‘맘충’은 제 아이만 싸고도는 일부 몰상식한 엄마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나 ‘맘충’이란 호칭은 육아하는 엄마 대부분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며 많은 여성들에게 공포심을 주고 상처를 안겼다. 뿐만 아니라 이 표현은 육아가 마치 여성의 일인 것처럼 인식되게 함으로써 성차별적 시선을 고착화하는 데도 일조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82년생 김지영』은 2014년 말 촉발된 ‘맘충이’ 사건을 목격한 작가가 여성, 특히 육아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폭력적인 시선에 충격 받아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소설을 쓸 당시 작가는 유치원 다니는 자녀를 둔 전업주부였다. 온라인상에서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만 놓고 엄마들을 비하하는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작가는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이 과거에서 얼마나 더 진보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질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30대 여성들의 인생 보고서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는 통에 시댁 식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가 하면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발화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녀가 선택한 이야기들이 바로 일생에 거쳐 ‘여자이기 때문에 받아 왔던 부당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의 고백은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김지영으로 대변되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 상담은 자기 고백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소설의 백미도 김지영 씨의 자기 고백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세밀한 심리 묘사다. ‘그때 그 상황’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차분히 쏟아 내는 그녀의 말들은 ‘김지영’을 이 시대 여성의 대변자로 삼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세하고 보편적이다. 더욱이 김지영의 이름은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삶을 보편적으로 그리기 위한 작가의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아 중 가장 많이 등록된 이름이 ‘지영’이기 때문이다. 김지영이라는 개인의 고백을 30대 여성, 나아가 이 시대 여성들의 고백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선배는 평소와 똑같이 다정하고 차분히 물었다. 껌이 무슨 잠을 자겠어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김지영 씨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94쪽)영업 중인 빈 택시 잡아 돈 내고 타면서 고마워하기라도 하라는 건가.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항의를 해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고, 괜한 말싸움을 하기도 싫어 김지영 씨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100~101쪽)주량을 넘어섰다고, 귀갓길이 위험하다고,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해도 여기 이렇게 남자가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니들이 제일 걱정이거든. 김지영 씨는 대답을 속으로 삼키며 눈치껏 빈 컵과 냉면 그릇에 술을 쏟아 버렸다. (116쪽)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오히려 그 순간들이었다. 김지영 씨는 충분히 건강하다고, 약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가족 계획은 처음 보는 친척들이 아니라 남편과 둘이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니에요, 괜찮아요,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133~134쪽)■기사, 통계, SNS 등 풍부하고 탄탄한 취재보고서 형식으로 쓰인 『82년생 김지영』의 에피소드들은 무척이나 사실적이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회사 생활, 결혼 생활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경험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사례들을 채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등장하는 각종 팩트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의 ‘성차별 역사’를 한눈에 보여 준다. 『확률 가족』 『기록되지 않은 노동』 『고용 동향 브리프』 등의 도서와 「여자라고 전교 회장 못 하나요」 등의 신문 기사를 비롯해 「인구 동태 건수 및 동태율」 「출산 순위별 출생 성비」 같은 통계청 자료, OECD에서 발표한 성별 인금 격차 (Gender wage gap) 자료 및 외신 기사, 「호주제 페지: 호주제, 벽을 넘어 평등 세상으로」 등 행정부 정책 보고서, 「경력단절 여성 지원정책의 현황과 과제」 같은 보건복지포럼 등의 자료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개인적 기억과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러한 사실적 자료들을 통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보편적인 삶으로 도약하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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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9시에서 9시 사이
    • 레오 페루츠 (지은이), 신동화 (옮긴이)
    • 열린책들
    • 2020-11-03

    <b> 히치콕, 보르헤스, 아도르노……<BR>세계적 거장들의 영감이 된 고전 명작!<BR><BR>20세기 환상 소설의 숨은 거장이 선보이는 <BR>천재적인 서스펜스!<BR><BR>카프카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b><BR><BR>오스트리아의 환상 문학 작가 레오 페루츠의 대표 장편소설 『9시에서 9시 사이』가 신동화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초역으로, 앞서 미국,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스웨덴, 폴란드, 러시아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다. 페루츠는 체코 프라하 출신으로 프란츠 카프카와 동시대를 산 작가이면서 같은 보험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SF, 추리 소설, 역사 소설, 범죄 소설 등 현대 장르 문학의 원전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은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며 환상성이 두드러진다. 또, 급박하게 전개되는 모험이 형이상학적 반전과 어우러진다. 페루츠는 주로 짧은 역사 소설을 썼으며 E. T. A. 호프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빅토르 위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카프카와 달리 당대에 큰 인기를 누렸으나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병합이 있은 후에 팔레스타인으로 망명했다. 이후 독일어권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다시 발굴되고 재평가된 것은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였다. 그 과정에서 작품 다수가 재출간되었다.<BR>『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프란츠 카프카와 시적 인류학』, 『무용수와 몸』, 『괴테와 톨스토이』 등을 번역한 신동화 역자는 레오 페루츠의 기이하고 선득한 유머가 흐르는 문장을 한국어로 정확하게 옮겼다.<BR>열린책들은 레오 페루츠의 장편소설 『스웨덴 기사』 등을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BR><BR><b>오랜 시간 묻혀 있었던 고전 명작<BR>레오 페루츠의 대표 장편소설! </b><BR><BR>돌발적이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슈타니슬라우스 뎀바는 광인에 가깝다. 일상적인 인과 과정은 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이에 몹시 당황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요구는 무례하고 비상식적이다. 뎀바는 절대로 외투를 벗지 않는다. 스스로 모자를 벗지 않는다. 물건을 건네거나 건네받는 일조차 없다. 관찰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괴이쩍고 불안하다. 양팔을 낡은 망토 속에 숨긴 채, 사고로 팔을 잃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부상을 입은 탓이라고 하기도 한다. 리볼버, 칼, 지팡이…… 그가 품에 감춘 <무언가>를 향한 의심은 점차 증폭되고 이는 곧 뎀바에게 치명적인 덫이 되고 만다. <BR>그러나 결국 뎀바는 단순히 미친 사람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수상하게 비춰졌던 일련의 행위에 납득될 만한 이유, 당위가 있다는 것이 『9시에서 9시 사이』의 반전이다. 레오 페루츠는 자유를 빼앗긴 주인공 슈타니슬라우스 뎀바를 등장시켜 그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어둡지 않게 풀어낸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특유의 리듬을 잃지 않고, 부조리극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은 얽히고설켜 묵직한 무게감을 만들어 낸다. 추리적 재미는 덤이다.<BR>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일종의 각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9시에서 9시 사이』는 단정한 세계를 무너뜨린다. 일상이 왜곡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정신의 재발견, 요설과 궤변이 둘러싼 원초적 욕망, 강요된 진실의 결과를 드러냄으로써 삶을 새롭게 구체화시키고 독자를 눈뜨게 한다.<BR><BR><b>자유를 빼앗긴 인간의 절망적인 탈주!<BR>SF를 비롯한 현대 장르 문학의 원전</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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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가나에 아줌마
    • 후카자와 우시오 (지은이), 김민정 (옮긴이)
    • 아르띠잔
    • 2021-03-24

    국내 최초 소개!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일교포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첫 단편집-2012 &lt;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gt; 대상 수상작-나오키상 수상자 미우라 시온이 추천하는 책내용 및 특징여성, 재일교포, 가나에 아줌마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이 주는 감동-‘여성’과 ‘재일교포’라는 문학적 화두가 돋보이는 소설들‘여성’과 ‘재일교포’는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의 소설 작품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소재다.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긴 김민정 작가는 “후카자와 우시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쓰는 작가다”라고 말한다. 《가나에 아줌마》는 일본에서 2012 &lt;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gt;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심리묘사는 김민정 작가의 말을 빌자면 “소소한 일상 속 대화들이 소설 속에서 빛을 발하며 ‘리얼’한 감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결혼과 연애는 다른 거란다.”차근차근 짚어 말하는 후쿠를 미키는 강렬한 눈빛으로 똑바로 쳐다봤다.“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미키는 명확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거라. 부모님과도 잘 상의해봐.”후쿠는 미키에게 지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높였다.미키는 턱을 잡아당기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강한 의지를 담은 듯한 그 눈빛은 날카로웠다.“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미키와는 대조적으로 미야모토 부인은 고개를 깊이 조아렸다.“아드님은 잘 지내시나요?”미야모토 부인이 후쿠에게 액자를 건네면서 물었다. 후쿠는 데쓰오와 눈짓을 주고받았다.“그럼, 잘 지내다마다.”허공에서 데쓰오의 낮은 목소리가 공허하게 흩어졌다. 아무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미야모토 부인이 미키를 재촉하며 조용히 일어났다.“그럼, 저희들은 이만.”미야모토 부인은 목소리를 한 톤 높여 인사하고 가볍게 묵례했다.미키는 방에서 나오면서 여러 번 후쿠 쪽을 뒤돌아보았다. 이런 구시대의 유물은 처음 본다는 듯 차가운 얼굴이다. ― &lt;가나에 아줌마&gt; 중에서“얘, 제대로 안 하면 하나 마나야. 조상님 볼 면목 없게시리.”도미코는 굴비를 생선 그릴에 넣으며 대답했다.“엄마만 신경이 쓰이는 거지, 조상님은 그릇 같은 거 신경도 안 쓸걸. 아까도 말했지만 엄마는 너무 융통성이 없어.”“잘 들어 영인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 거야. 그래야 너도 시집간 집에서 제사 지낼 때 실수를 안 하지.”“나는 제사 안 지내는 집으로 시집갈 건데.”혼잣말하듯 영인이 말했다.“아가씨, 선봐서 결혼하는 집은 다 제사 지내요. 저도 제사 없는 집으로 시집가고 싶었어요.”제기를 다 꺼낸 순오가 나지막이 말했다. 도미코는 듣지 못한 것 같다.“별수 없네요. 그럼 저는 장남 말고 차남한테 시집갈래요. 근데 나한테 그런 걸 고를 권리가 있을까? 에리카 언니, 언니는 다행이다. 오덕이 오빠가 장남이 아니라서.”목소리를 낮추고 영인이 말했다. 에리카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다행이라니? 그런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실은 이 집에 시집온 것 자체를 후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lt;일본 사람&gt; 중에서미오는 고개를 숙이고 손 안에 든 빈 컵을 꾹 눌러 찌그러뜨린다. 눈물이 북받쳐 오르는 걸 애써 참는다.“그렇게 중요한 얘기를 나한테 안 해준 게 너무 서운했어. 절친이란 무슨 얘기든 다 할 수 있는 사이 아니야?”얼굴을 들고 다마를 쳐다봤다. 의도치 않았는데 미오의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떨어진다.다마가 “자, 잠깐만” 하며 낭패라는 표정을 짓는다.“울 것까진 없잖아.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미안해. 그렇지만 거짓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야. 그게, 그냥.”점점 눈물이 솟아난다. 미오는 주스 컵을 테이블 위에 두고 양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코를 훌쩍이고 “그냥”이라고 다시 말했다.“말 못 했어.”“왜?”다마가 맑은 눈으로 미오를 응시한다.“모르겠어. 그냥 말을 못 했어. 한국인이라는 걸 숨기고 싶었어.”“뭐? 그게 어때서? 한국인인 게 어때서? 그게 나쁜 거야? 감추긴 왜 감춰?”“너는 모르잖아.”검지를 꺾어 눈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대답했다.다마는 가만히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재깍 미오에게 건넨다. 미오가 고맙다고 말하고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쓱쓱 닦았다. ― &lt;블루 라이트 요코하마&gt; 중에서재일교포 작가이자 재일교포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하는 작품으로 각광받는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의 문학은 단순히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과 재평가에 대한 의미만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재일교포로서의 삶을 매개체로 하여 문학 독자라면 누구나 감동과 읽을 맛이 넘치는 문학 작품으로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lt;가나에 아줌마&gt;의 주인공인 가나에 후쿠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연결고리다. 30년간 200쌍. 가나에 아줌마는 재일교포의 혼담을 이어주는 일본 제일의 \'중매쟁이\'다. 수수료로 돈을 버는데도 웬일인지 생활은 검소하기 짝이 없다. 소설 속에 드러난 그녀가 필사적으로 혼담을 주최하는 이유는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재일교포와의 결혼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lt;사주팔자&gt; 속 미숙의 삶은 재일교포와는 또 다른 뉴커머(new comer)로서의 불안정함과 혼란을 보여준다. 또, 미숙에게 사주풀이를 하러 온 가나에 아줌마의 남편 가나에 데쓰오 노인의 사연을 통해 가나에 아줌마 가정의 비극이 무엇인지 세세하게 드러난다. &lt;돌잔치&gt;는 일본에는 없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철저히 지켜오고 있는 재일교포의 문화를 다룬다. 일본 주류에서 벗어난 재일교포라는 신분을 감추고 만난 젊은 시절의 인연인 호스티스 레이나와 우연히 합동 돌잔치를 치르게 된 주인공 다다키. 그에 대한 심리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느지막이 자유를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여 고른 아내와의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중년 남성의 애환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lt;일본 사람&gt;의 주인공 에리카는 이 작품의 유일한 일본인 주인공이다. 양반 가문의 재일교포 남성 오덕과의 결혼을 위해 무리하게 임신을 하고 승낙을 얻어낸 2주 후, 시댁의 제사에 처음으로 참여해 느끼는 감정들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한국보다 더 완고하게 전통을 중시하는 재일교포의 문화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낮은 유교문화의 핵심인 제삿날의 풍경을 통해 씁쓸함을 느끼는 일본 여성의 눈을 좇아가며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누구보다 완고하게 양반 가문의 법도를 강조하던 시어머니 도미코의 반전도 소설적 흥미와 감동을 더한다.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재일교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멈춰 서게 된다. &lt;국가대표&gt;는 펜싱 일본 국가대표를 꿈꾸는 재일교포 고등학생, 다케루의 이야기다. 귀화하지 않은 부모님의 문제로 인해 귀화신청이 지연되고 있는 한국 국적의 펜싱 고교선수 다케루와 같은 이유로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귀화도 포기한 형 마사루의 이야기 속에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과 일상을 가로막는 국적 문제 등에 고민하는 재일교포들의 고뇌가 잘 묘사되어 있다. &lt;블루 라이트 요코하마&gt;는 치매를 앓는 외할배와 함께 살게 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중학생 미오의 눈을 통해 재일교포의 역사를 보여준다. 1968년 일본에서 발표되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금지곡으로 지정됐음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lt;블루 라이트 요코하마&gt;는 할배가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애창곡이다. 심해지는 할배의 치매 증상으로 시설에 모시기로 한 미오 가족은 할배의 마지막 여행을 애창곡의 무대인 요코하마로 정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lt;블루 라이트 요코하마&gt;가 할배의 애창곡이 된 비밀을 풀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결혼’이라는 인생 중대사를 관장하는 중매쟁이 아줌마 ‘가나에 후쿠’를 통해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그렸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가치관도 다른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가진 고민과 고통, 기쁨은 재일교포로 태어났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것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기저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부분은 가족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후카자와 우시오-‘가나에 아줌마’로 연결되는 여섯 작품들의 연관성과 숨어 있는 인물 찾기의 재미, 소설 읽는 즐거움이 뛰어난 작품들이 책은 여섯 편의 단편들이 매우 독특하고 탄탄한 구성으로 이어져 있다. 첫 편의 주인공 ‘가나에 아줌마’는 여섯 편의 작품에 모두 등장하며, 각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여섯 편의 소설 속에 슬며시 등장하여 이야기와 이야기가 서로 연결된다. 처음 읽을 때는 각 작품의 소설적 재미와 의도를 즐기느라 놓치게 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두세 번 읽다 보면 각 편 등장인물들의 연관성은 마치 숨은그림찾기 같은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또 다른 작품에 등장하여 또 다른 관점에서 등장인물을 평가하는 내용들은 도처에 숨어 있다. 그들의 연결요소는 모두 가나에 아줌마가 주선한 중매 대상들이라는 것이다. 가령, &lt;가나에 아줌마&gt;에서 영인과 맞선을 보는 박 변호사와 그의 누나는 &lt;블루 라이트 요코하마&gt;의 미오 어머니와 외삼촌이다. 영인은 &lt;일본 사람&gt;의 주인공 에리카의 시댁 인물로 남편의 여동생, 즉 아가씨다. 가나에 아줌마의 외손자인 쇼타는 &lt;블루 라이트 요코하마&gt;의 주인공 다케루의 친구이며, 쇼타가 안내한 외할머니, 가나에 아줌마의 집에서 보여주는 중매 의뢰자의 사진첩에 등장하는 인기 없는 남자는 &lt;사주팔자&gt;에서 미숙이 궁합을 봐주는 시조카인 다카히로다. 각 작품을 넘나드는 인물들 간의 관계도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의 재미가 배가되는 동시에, 재일교포의 삶을 얼마나 다양한 세대와 인물과 소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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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
    • 폴 발레리 (지은이), 윤유나 (엮은이), 김진경, 김진준, 김출곤, 박술, 서대경, 이주환, 정수윤, 이지원, 최성웅, 최승자 (옮긴이)
    • 읻다
    • 2020-12-02

    외국 시를 읽는다는 것은낯선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시인의 목소리와그것을 전하는 번역가의 목소리그리고 이 목소리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는 독자의 목소리,이 세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이런 몸짓으로이런 모습으로이런 목소리로시가 말을 건넨다《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는 특정 문학 사조나 기존의 논리를 좇아 질서 정연하게 꾸린 시집이 아니라 오로지 시가 건네는 목소리와 몸짓, 모습에 따라 흐르듯 구성한 시집이다. 시를 쓰고 시를 번역하고 시를 읽으며 오랫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이 함께 한 권의 세계 명시 선집을 엮었다. 시에 매료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다른 언어의 공간으로 훌쩍 떠났던 번역가 최성웅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언어로 쓰인 시 중에서 삼백여 편을 선별했고, 평생 한국어로 시를 쓰고 읽으면서 동시에 한국어로 옮겨진 외국 시들을 좋아해 즐겨 읽었던 윤유나가 그중 쉰다섯 편을 골라 일정한 리듬을 가진 시집으로 만들었다. 에드거 앨런 포, 아르튀르 랭보와 같이 널리 알려진 시인들의 작품과 콘스탄틴 카바피처럼 생소한 시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레온 셰스토프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철학자의 글과 화가 에곤 실레의 시, 불교 경전이 공존한다. 열 명의 옮긴이 또한 시인, 번역가 등 다양하며 옮긴이 중 한 사람이 독일어로 쓰고 한국어로 옮긴 시도 한 편 수록되었다. 처음 외국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시를 접하며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여전히 소중한 책이 될 수 있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되어 그들 모두를 서로 이어줄 수 있는 시집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세상의 낯선 목소리들하나의 목소리에만 갇혀 있던 독자에게 언어의 생경하고도 아름다운 공간을 펼쳐 보이다번역된 외국 시를 읽으니 한국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한국어가 낯설어지는 순간이 즐거웠다. 나만의 특별한 언어를 갖게 된 것 같았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최대한 그 본연의 호흡에 가깝게 옮기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거친 리듬이 좋았다. 그것은 내가 찾고자 했던 어떤 언어의 진정성에 닿아 있었다. 번역된 외국 시를 읽는 것은 낯선 모국어를 읽는 일이며, 또한 모국어의 순수함을 느끼는 일이었다. 외국 시를 읽다보면 한국의 시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_〈들어가는 말〉 중에서번역 시를 읽을 때에는 세 가지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낯선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시인의 목소리와 그것을 전하는 번역가의 목소리, 그리고 이 목소리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는 독자의 목소리. 이 세 목소리는 때로는 불화하고 때로는 놀랍도록 친밀한데, 외국 시를 읽는다는 것은 이러한 목소리들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것이다. 번역 시에만 있는 이러한 다성성(多聲性)은 평면의 종이 위에서 마치 한 편의 연극이 펼쳐지는 것과도 같다. 자칫하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무엇으로 보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안일함 속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꽃피어나고는 한다. 기획자인 최성웅과 윤유나는 외국 시가 종이 위에서 공연되는 한 편의 연극 같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이를 기준으로 시를 읽는 방식을 몸짓을 읽는 방식, 목소리를 읽는 방식, 모습을 읽는 방식으로 분류하고 작가별로 묶어 여러 겹을 지닌 외국 시들을 한데 포개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독특한 울림으로 겹쳐진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이란 언제나 고통 뒤에 온 것임을//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 보자/ 비록 저기/ 우리의 팔로 이어진 다리 아래/ 영겁의 시선에 지친 물결이 흐를지라도//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_34쪽,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중에서빛이 부서진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그 어떤 바다도 흐르지 않는 곳에서, 심장의 물결이/ 밀물로 밀려든다./ 그리고, 머리 속에 반딧불이가 들어 있는 창백한 유령들,/ 빛과 같은 것들이/ 줄지어 살을 통과해간다 그 어떤 살도 뼈들을 치장하지 않는 곳에서. _36쪽, 딜런 토머스, 〈빛이 부서진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중에서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괴물이 탄생했다시집의 제목인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는 아폴리네르의 시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시집은 독립출판의 형태로 단 오백 권만 세상에 나왔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라는 제목 역시 해당 시집에 실렸던 폴 발레리의 〈정다운 숲〉의 시구로, 이 시는 본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에도 실려 있다.) 2016년 ‘노동 공유형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내걸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비롯한 열 종의 시리즈 기획을 선보였던 읻다프로젝트는 어엿한 하나의 출판사로 성장하면서 어느새 처음 기획한 열 종의 ‘괄호 시리즈’를 완간하고, 새로이 ‘읻다 시인선’ 시리즈도 지금까지 네 종 출간했다.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는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아끼고 좋아하는 이들의 증쇄 요청에 힘입어 새로운 시를 보태고 새로운 콘셉트를 고민하여 내놓은 결과물이다. 읻다출판사는 독자의 응원과 격려에 보답하며 앞으로도 차근차근 ‘읻다 시인선’과 또 다른 새로운 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다. 저자 소개앨프리드 에드워드 하우스먼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에곤 실레 · 노발리스 · 폴 발레리 · 기욤 아폴리네르 · 딜런 토머스 · 윌리엄 워즈워스 · 스테판 말라르메 · 미야자와 겐지 · 하기와라 사쿠타로 · 고트프리트 벤 · 쥘 쉬페르비엘 · 폴 엘뤼아르 · 피에르 르베르디 · 레온 셰스토프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 블레즈 상드라르 · 앙토냉 아르토 · 아르튀르 랭보 · 빅토르 위고 · 두보 · 다카무라 고타로 · 로베르 데스노스 · 빈센트 밀레이 · 쿠르트 슈비터스 · 박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콘스탄틴 카바피 · 폴-장 툴레 · 트리스탕 코르비에르 · 월리스 스티븐스 · 아담 미츠키에비치 · 에드거 앨런 포 · 프랑시스 잠 ·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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